제목   |  [동아광장/모종린]영어상용화를 세계화 동력으로 작성일   |  2009-03-27 조회수   |  6090

네덜란드는 영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상용인구가 87%나 된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 네덜란드와 북유럽처럼 국가 전체의 영어상용화가 가능할 정도의 능력을 가진 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세계화된 국가로 꼽힌다. 아시아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국가경쟁력을 가진 나라는 영어경쟁력을 갖춘 싱가포르와 홍콩이다.

교실밖에도 영어환경 조성을

우리나라 현실은 어떠한가. 우리나라도 그들과 마찬가지로 세계화 모범 국가가 되기를 원한다. 이명박 정부가 ‘성숙한 세계국가’를 국정목표로 선정했고 집권 이래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녹색성장, 국가경쟁력 강화, 국가브랜드 제고, 자원외교, 서비스산업 선진화, 영어공교육 강화, 글로벌청년리더 육성 등 국가적인 세계화 과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수많은 세계화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는 탓에 세계화 노력이 전체적으로 산만해 보인다. 사업 주체가 여러 위원회와 정부 부처로 분산된 점도 문제다. 자원외교, 녹색성장, 국가경쟁력, 국가브랜드 등 일부 사업은 국무총리나 대통령자문위원회가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반면 행정부 전체의 지원이 필요한 서비스산업 선진화와 영어능력 강화는 주무 부처 중심으로 진행한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주력사업을 선정하고 이를 핵심 동력으로 삼아 세계화를 유기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 세계화 능력은 세계화 선진국가가 공통적으로 보유한 영어경쟁력이다. 영어경쟁력은 인적자원의 세계화 수준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이다. 인력의 세계화가 중요한 이유는 선진국이 이미 제도와 정책 분야보다는 인적자원 분야에서 미래의 국가경쟁력을 찾았기 때문이다. 영어경쟁력은 또한 다른 분야의 세계화를 견인하는 전제조건이다. 영어 인력이 없는 글로벌 서비스산업을 상상할 수 있는가.

이명박 정부는 정권인수위 시절부터 획기적인 영어교육의 개혁을 들고 나왔다. 영어교육의 강화를 통해 국제경쟁력을 높이고 국가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겠다는 강한 의지는 새 정부의 긍정적인 자세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영어공교육 강화만으로 영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인식은 바로잡아야 한다. 공교육 강화만으로는 일반 시민과 공무원의 영어능력을 향상시킬 수 없으며 영어공교육 자체도 학교의 노력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정부가 나서서 학생이 교실 밖에서도 영어를 습득할 수 있는 영어생활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국가경쟁력 차원서 풀어가야

문제 해결의 시발점은 영어 문제를 교육 정책이 아닌 국가경쟁력 정책으로 접근하는 방안이다. 국가경쟁력 시각에서 보면 현재 우리나라에 필요한 영어 정책은 특정 지역이나 영역에서 영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영어상용화 정책이다. 영어상용지역이 존재하면 우수한 외국인 인재와 기업의 유치가 가능하고 내국인도 해외연수를 가지 않고도 국내에서 영어상용교육을 받을 수 있다. 정부가 처음부터 국가 전체의 영어상용화 사업을 추진할 필요는 없다. 현재의 지방자치단체, 학교, 민간기업이 활발하게 추진하는 기관 단위의 영어상용화 사업을 지원하는 방안으로 시작할 수 있다. 특히 경제자유구역의 영어상용화 사업을 추진하는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지방정부는 부동산개발 수익금으로 경제자유구역을 개발하므로 공익사업인 영어상용화 사업에 선제적인 투자를 할 여력이 없다. 영어상용화 역사가 짧아 영어상용화에 대한 전문지식과 전문가가 부족한 점도 지자체가 이 사업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요인이다.

이명박 정부는 어려운 국내외 환경 속에서도 과감한 세계화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하기 전의 10년은 우리나라가 글로벌스탠더드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내부지향적인 시대였으므로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하는 이명박 정부로선 국정기조를 세계화로 전환하는 정책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우리에게 세계화 이외의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경제위기의 반작용으로 자유무역시스템이 무너진다면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선 치명적 손실을 보는 것이 자명하다. 우리나라는 국익을 위해서라도 자유무역을 스스로 실천해야 하고, 주요 20개국(G20) 등 국제회의에서 자유무역의 대변자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세계화전략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세계화의 핵심은 인적자원의 세계화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영어상용화가 불가피하다.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들어도 활용할 사람이 없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안민정책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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